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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

할많하않의 민족[3]: 외국의 청원들

by 깔로 2022.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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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로~🖐️🖐️

※ '할많하않'이란?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를 줄인 말로서, 말이 통하지 않거나 말하는 것이 의미 없는 경우를 표현하는 신조어

 

지난 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했던 청원 사이트인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서 알아보았어요. 오늘은 미국 백악관에서 운영했었던 미국판 청와대 국민청원, '위더피플(We the People)'과, 민주주의의 종주국인 영국의 전자청원 제도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아요. 


▶ 위더피플(We the People)은 어떤 청원 사이트였나요?

 

 

'위더피플'은 2011년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인들을 주 대상으로 시작한 백악관 청원 플랫폼이에요.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구상할 때 벤치마킹했던 것으로도 유명한 백악관의 위더피플은, 아이러니하게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되고 정확히 4달 후인 2017년 12월 19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서 폐쇄되었어요.

위더피플은 30일간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백악관에서 서면으로 공식 답변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되었어요. 미국의 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약 6배이며 청와대 국민청원이 30일 내 20만 명의 동의가 필요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위더피플의 답변 요건은 우리나라의 청와대 국민청원 보다 현저히 낮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미국 백악관에서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청원으로 정말로 의미 있는 청원이 묻히는 일을 방지하기 위하여 몇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었어요. 우선 사람들이 위더피플에 청원 게시글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특정 이슈에 대한 행정부의 입장 발표 촉구」, 「행정 제도 변경 제안」, 「새로운 행정제도 제안」 등의 분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어요. 이를 통하여 백악관의 답변 또는 행정부의 실질적 행동이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만 청원을 게시할 수 있도록 했어요. 만일 이 외의 이슈에 대해 청원을 올릴 경우 「국회에 호소(call on congress)」로 분류되어 백악관의 공식 답변이 없으며, 필요시에는 미국 의회로 전달되는 방식이었죠. 즉, 위더피플의 본래 목적인 백악관(행정부)의 권한 내의 청원만 받고 답변을 주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었죠. 

또한 백악관이 답변을 줄 수 있는 분류라 할지라도 사전에 150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만을 공개하도록 했어요. 이를 통하여 최소한의 공감대가 형성된 청원만이 온라인상에서 노출되고, 다른 동의자들을 모집할 수 있도록 했죠. 청와대 국민청원도 2019년 3월 31일부터 100명 이상 사전 동의를 받은 청원만이 관리자의 승인을 거친 후에 청원 게시판에 게재되도록 정책이 바뀌었는데, 이는 백악관의 위더피플을 벤치마킹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러한 안전장치에도 무분별하거나 황당한 청원이 이를 뚫고 올라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이 때문에 위더피플에서는 "지방정부나 연방법원 관할 사안, 선출직 후보자의 지지 또는 반대를 명시적으로 촉구하는 청원, 연방 정부의 정책과 무관한 청원 등에는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다시 한번 명확히 밝히며 실제로도 답변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어요. 

2016년 12월 말일 기준, 위더피플에 게시된 청원 중 백악관이 공식적으로 답변한 청원은 227건으로 집계되었어요. 그리고 이로부터 약 1년 후, 위더피플은 폐쇄되었죠.


▶ 영국의 전자청원제도는 무엇인가요?

 

 

영국은 우리나라나 미국과는 달리 행정부(정부)와 입법부(의회)가 하나로 합쳐져있어요.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중, 다수당의 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고 총리가 지명한 다른 국회의원들이 각 부의 장관 직을 맡는 시스템이죠.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청와대'나 미국의 '백악관'에서 주도하는 행정부 청원 시스템이 아니라, 행정부 및 의회가 함께 답변하고 논의하는 전자청원제도가 자리 잡고 있어요. 

영국의 전자청원제도에서는 1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정부의 답변을 받게 되며, 10만 명 동의할 경우 영국 의회 하원에서 해당 청원 내용이 논의되어요. 우리나라나 미국과는 다르게 의회 하원에서 논의되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수준까지도 청원 내용이 반영될 수도 있어요. 

현재까지 영국의 전자청원을 통하여 정부의 답변을 받은 청원은 총 734개, 이 중 의회(하원)에서 논의가 되었던 청원은 총 140개에요.


▶ 해외의 황당한 청원들

미국 백악관의 위더피플에서 가장 유명(?)한 황당 청원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데스 스타 건설 청원'이에요. 데스 스타(Death Star)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4편과 6편에 등장한 은하제국의 비밀병기로 지름 160km의 공 모양의 행성 공격 무기에요. 영화에서는 데스 스타의 슈퍼 레이저 한방으로 행성을 폭파시킬 수 있어요. 

2012년 11월, 위더피플에는 2016년까지 데스 스타 건설을 시작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어요. 청원은 "미국의 국방 예산을 데스 스타 같은 무기 체계에 사용한다면 건설, 공학, 우주탐사 등 여러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해당 청원에 3만 4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을 했어요. 당시 백악관은 위더피플의 청원 중 30일 안에 25,000건이 넘는 동의를 받은 청원에 답변을 한다는 기준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해당 청원에 대하여 답변을 내놓았어요. 

당시 미국 행정관리예산국 과학/우주분과장이었던 폴 쇼크로스는 "정부는 청원자들과 일자리 창출과 국가 안보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고 있지만 데스 스타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라며, "데스 스타를 지으려면 85경 달러 이상이 드는데 정부는 재정적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려고 노력 중이며 행성 파괴를 지지하지도 않는다"라고 답변했어요. 또한 쇼크로스 분과장은 "우리는 벌써 축구장 크기의 거대한 우주정거장이 있고 레이저를 쏘는 로봇도 갖고 있다"라고 덧붙이며 답변을 마무리했죠. 

백악관 위더피플이 운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올라왔던 이른바 "데스 스타 건설 청원"은 백악관이 실제로 국민들의 청원에 답변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정말 황당한 청원들이 많이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기도 했죠. 이후 백악관은 청원 답변에 대한 요건을 '30일 안에 10만 명의 동의'로 늘렸어요.

 

 

영국의 전자청원에는 2018년 7월, "영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다음 날을 공휴일로 지정해달라"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무려 23만 명의 동의를 받았어요.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우승국은 영국의 라이벌인 프랑스였고, 영국은 4위에 그치고 말았어요. 이에 청원위원회에서는 "슬프게도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해 해당 청원을 (의회)토론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겠다."라고 답했죠.

 

 

청원은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들에게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여러 민주주의 나라에서 다양한 청원제도를 운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소위 말하는 서방세계의 나라들에는 이러한 청원 제도가 우리나라보다 앞서 시작되고 정착되었으며 더욱 다양한 의견들이 많이 나왔죠. "할많하않"이 아닌 "할많하(할 많이 많으니 하겠다)"의 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청원은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들에게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여러 민주주의 나라에서 다양한 청원제도를 운용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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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많하않"이 아닌 "할많하(할 많이 많으니 하겠다)"의 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할많하않의 민족[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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