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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

할많하않의 민족[2]: 아무말 대잔치?

by 깔로 2022.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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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로~🖐️🖐️

※ '할많하않'이란?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를 줄인 말로서, 말이 통하지 않거나 말하는 것이 의미 없는 경우를 표현하는 신조어

 

지난주에 살펴보았듯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민족이었고, 이 때문에 조선시대부터 다양한 형태의 청원 제도가 존재했었죠. 하지만 이런 청원 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많았으며, 이 때문에 '한민족은 한이 많은 민족'이라는 이야기도 종종 나오곤 해요.

 

지난주는 조선시대의 한 많은 사람들의 하소연 창구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이번 주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가장 뜨겁게 활동했던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함께 살펴보아요.


▶​ 청와대 국민청원의 진짜 목적?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이하여 2017년 8월 19일에 시작되었어요. 청와대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어요.

 

 

청와대의 직접 소통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합니다.

 

국정현안 관련, 국민들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 이상 추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각 부처 및 기관의 장, 대통령 수석·비서관, 보좌관 등)가 답하겠습니다.

 

 

 

 

 

즉, 청와대 국민청원의 애초의 목적은 '대한민국 행정부의 정책이나 국정운영과 관련하여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으면 직접 설명해 주겠다'였던 것이죠. 하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은 시작 이래로 단순한 질문보다는 이름 그대로 다양한 '청원'과 '하소연' 글들이 쏟아져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가장 먼저 동의자 20만 명을 돌파하여 답변이 제공된 사안은 '「소년법」 개정 청원' 이었어요. "지난 2017년 9월, 14세 여중생들이 또래 여중생을 크게 폭행하였지만, 「소년법」 상 14세 미만의 경우 '형사 미성년자'로 분류돼 형사 처분을 받지 않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내용이었죠. 이 때문에 청원에서는 '형사 미성년자' 기준 나이를 낮추는 등의 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도 형사 처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해당 청원에 대한 동의가 39만 명을 넘는 등 엄청난 관심을 받자 청와대에서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직접 영상을 통해 "청소년 범죄를 엄벌하라는 국민의 요청은 정당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나이를 낮추는 것보다는 범죄 예방이 중요하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제공했어요.

 

20만명의 동의 요건을 가장 먼저 충족한 청원 게시글은 애초에 국민청원의 목적이었던 '행정부의 정책이나 국정운영과 관련된 질문'이라기보다는, 입법부(국회)에서 논의가 돼야 하는 법 개정에 관한 요구사항이었죠.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청와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어요. 실제로 국민청원에 올라온 대다수 청원 내용이 행정부에 대한 질문이라기보다는 청와대 권한 밖의 문제에 대한 요구사항이었어요.

 

이 때문에 2018년 2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민청원 제도에 대해 "답변하기 부적절한 청원도 적지 않게 올라온다"라며 고충을 토로했으며, 그럼에도 "답변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곤란한 질문이라도 원론적 답변이라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어요.

 

청와대가 실효성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할 수 있는와 상관없이,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은 자연스럽게 언론을 통해 공론화가 되었어요. 그리고 이를 통해서 많은 국민들이 사회 각지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에요. 비록 청와대 권한 밖의 이슈에 대해서 청와대는 원론적인 답변밖에 제공할 수 없었지만, 언론을 통해 공론화가 되어 국회나 관련 기업 등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곳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청와대 국민청원의 순 기능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어요.

 

 

 


▶ 선 넘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국민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단순히 청와대의 권한 밖의 요구사항을 넘어 굉장히 황당하거나 혹은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청원들도 자주 등장했어요.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청와대 국민청원이 아닌 '청와대 대나무숲'으로 불러야 할 수준이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였죠.

 

2019년 9월에는 '남자들의 성기를 없애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어요. '인권/성평등' 카테고리에 올라온 해당 글은 '여성들은 없는데 남성들은 있으니 남녀평등에 위배된다'는 황당무계한 내용을 닮고 있었죠. 청와대 국민청원의 관리자는 '성기'라는 단어를 서둘러 '**'으로 수정했지만, 해당 청원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갔고 1,7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동의를 받았었어요.

 

남성들의 성기를 없애달라는 황당한 청원

 

 

이 외에도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은 '방탄소년단 강제해체' 청원이나, '연예인 수지를 사형시켜달라'는 도 넘은 청원 등 선을 쎄게 넘는 청원 내용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어요. 그야말로 '아무말 대잔치'에 '대환장 파티'가 청와대 국민청원 상에서 벌어진 것이죠. 

 

방탄소년단을 강제로 해체해 달라는 청원

 

 

 

 
연예인 수지를 사형시켜 달라는 청원

 

황당무계한 아무말 대잔치 청원 게시글 몇가지를 함께 살펴보아요.

 

"n수생 안락사" 청원

 

 

 

"마이쮸가 딱딱해요" 청원

 

 

"연예금지" 청원

 

 

"부장님 혼내주세요" 청원

 

 

"애인 만들어 주세요" 청원

 

 

 

 

 

전 국민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정부와 소통하며 의견을 공론화 시킬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이었지만, 동시에 너무나 쉽게 아무말 대잔치가 벌어질 수 있는 곳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이었어요.

 

이러한 논란에 대하여 정혜승 당시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놀이터가 되지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장난스럽고 비현실적인 제안도 이 공간에서는 가능하고, 국민들이 분노를 털어놓을 곳도 필요하다고 본다"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어요. 다만 정 센터장은 "사형 청원 같은것은 올리지 않으셨으면 한다"라고 부탁 하기도 했죠.

 

전 국민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정부와 소통하며 의견을 공론화 시킬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이었지만,
동시에 너무나 쉽게 아무말 대잔치가 벌어질 수 있는 곳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이었어요.

 

'할많하않의 민족[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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