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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

할많하않의 민족[5]: 민간 청원 기업, 가능할까?

by 깔로 2022.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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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로~🖐️🖐️

※ '할많하않'이란?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를 줄인 말로서, 말이 통하지 않거나 말하는 것이 의미 없는 경우를 표현하는 신조어


▶ 민간 청원...? 

지난 편까지 '할많하않의 민족'에서는 국내 및 국외에서 다양한 나라의 정부 주도 청원제도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본래 청원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이 국가기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하여 불만사항을 시정하거나 피해의 구제, 법령의 개정 등을 요청하기 위해 국가기관 등에 서면으로 희망을 진술하는 것'이에요. 이 때문에 청원제도의 운영은 당연히 국가 또는 공공기관에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청원 문화가 활발한 서방 국가들에서도 청원이 단순히 국가기관에 대한 요구를 넘어, 특정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 기업/기관/단체에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어요. 

우리나라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들을 살펴보아도, 상당수는 국가기관에 대한 직접적인 요구사항이 아니라 자신 또는 주위 사람의 억울한 사연을 공유하고 해당 이슈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작성된 청원들이죠. 물론 이런 사연들이 공론화가 되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제도/정책 등에 이를 반영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국가기관을 움직이는 효과가 발생하기는 하나, 이런 청원들의 애초의 목적은 '이슈 공론화'로 볼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긴 서방 국가들에서는 민간 기업이 사설 청원제도를 운영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이러한 기업들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청원 공간을 마련해 주고, 많은 동의를 받은 내용을 공론화 시켜주는 역할을 하죠.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Change.org"에요. 

 


▶ "Change.org"?

Change.org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민간 온라인 청원 플랫폼이에요. Change.org는 미국 기업이기는 하지만 국가에 상관없이 전 세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개진하기 위하여 청원을 올리고 있어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타인이 작성한 청원 내용을 확인한 뒤, 청원에 동의하여 힘을 보태고 있죠. 

2007년에 설립된 Change.org는 현재까지 196개국에서 약 5억 명의 누적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어요. 또한 Change.org에 올라온 청원 중, 목표 동의 수를 받는데 성공한 청원은 무려 85,457건이나 돼요! 

Change.org는 워낙 규모가 크고 전 세계적으로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플랫폼 상에서 많은 동의를 받은 청원의 경우, 추가적인 홍보활동이나 캠페인 없이도 자연스레 언론을 통하여 알려지고 공론화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효과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 분들이 플랫폼에 접속하여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언론이 플랫폼을 주목하고 공론화를 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혀 있어요.

얼핏 들었을 때 Change.org가 정부기관이나 공기업 또는 자선단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Change.org는 순수한 민간 기업이에요. 물론,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사업 모델의 공익적인 측면으로 인해서 미국 내에서 '사회적기업(Public Benefit Corporation)' 인증을 획득하는데 성공했죠.

Change.org는 공익과 영리는 함께 갈 수 없다는 기존의 편견을 깨고, 공익적 사업도 충분히 수익을 내며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어요. 

Change.org에서 동물복지와 관련하여 성공한 청원 사례들

 


▶ 'Change.org'의 국내 진출?

Change.org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청원들이 올라오고 있어요. 

깔로 블로그 내의 '사회참여사례' 섹션에서는 Change.org를 통하여 성공적으로 사회 변화가 일어났던 구체적인 사례들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 프랑스의 '음식물 쓰레기 금지법'

- 10만명이 함께 바꾼 휠체어

- 범죄 피해 고객을 나 몰라라?

- "가짜 보조견" 사태

- 한인 요양원을 지켜라!

사실 Change.org에는 한글로 적혀있는 청원이나 한국과 관련되어 있는 청원들도 꽤 올라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Change.org가 한국에서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Change.org 웹사이트의 기본 언어가 영어로 되어있기 때문이에요. 이 때문에 한글 청원이나 한국과 관련되어 있는 청원을 살펴보면 대부분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들이 작성한 경우가 많았어요. 가령 올해 5월 16일 작성되어 11,985명의 동의를 받은 "한동훈 딸의 허위 스펙 의혹에 대한 미주 한인들의 입장문"이라는 청원도 미국에 거주하는 교포 엄마들이 작성한 청원이었죠. 또한 지난 2021년에 작성되어 95,757명의 동의를 받은 '경북 상주에서 차량에 개를 묶어 끌고 다니다가 죽게 한 사건' 청원을 보더라도 영어로 작성된 내용이 우선적으로 노출이 되어요. 이 때문에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도 Change.org에 편하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요.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동물학대와 관련한 청원

 

둘째로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영향력 때문이에요. 지난 2017년 출범 이후로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내 청원 시스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왔어요. 다수의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쏠려있었기 때문에 다른 청원이나 민원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어요. 하지만 전 국민의 63%가 이용했던 청원의 상징,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해 5월 종료됨에 따라 이를 대체할 만한 청원 플랫폼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이 때문에 최근 Change.org에 한국 관련 청원이 더 빈번히 올라오는 추세에요.

 

전 국민의 63%가 이용했던 청원의 상징,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해 5월 종료됨에 따라 이를 대체할 만한 청원 플랫폼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이 때문에 최근 Change.org에 한국 관련 청원이 더 빈번히 올라오는 추세에요.

'할많하않의 민족[6]'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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